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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 보호법 성공의 조건 (2014. 9. 29)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1-16 11:35
조회
1789
'자영업자 580만명'이라는 숫자의 과도함은 고용시장에서의 문제점을 반영한다. 자영업자들이 전재산에 가까운 돈으로 상가건물을 임차해 시설비와 권리금 명목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한 뒤 영업을 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 임차인이 전 임차인에게 지급한 권리금은 건물주와는 무관하게 주고 받는 돈으로 건물주에게는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이로 인해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세입자는 권리금까지 주고 시작한 영업을 건물주의 계약갱신 거절에 따라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는 억울함이 있었던 것이다.

권리금 관련 분쟁에 대해 종래 법원은 권리금 수수 과정에서 건물주가 계약당사자로 관여하지 않아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권리금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일관된 판단을 해왔다. 권리금이 건물주와 무관하게 세입자들이 승계하는 과정에서 수수되는 돈이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권리금과 관련한 세입자의 입장을 최대한 법에 끌어들여 일정 조건 아래 세입자의 권리금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하경제에서 거래된 권리금을 법에 명문화함으로써 양성화 하겠다는 것이다.

법이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개정안도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환영할 만하다. 무엇보다 종래 관례적으로 수수하던 권리금을 법의 보호 밖에 방치하던 것에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인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다만 개정안이 가지는 몇 가지 문제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적 내용은 임대인이 신규계약을 할 때 기존 세입자가 주선한 임차인과 우선 계약을 맺도록 협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기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막을 경우 소송을 통해 권리금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정안은 임대인이 계약당사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함과 더불어 임대인의 소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밖에도 개정안이 나오자 마자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 상당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있는 근거는 만들었지만 임대인이 책임질 권리금 액수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기준을 설정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등 다양한 형태의 권리금들이 있고 종래 소송에서도 권리금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려워 입증의 곤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세입자들의 권리금을 인정하더라도 권리금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또다른 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수긍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권리금을 입법화함으로서 권리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효과를 노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정부의 세원확보, 증세정책 등과 관련해 민감한 정치적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자칫 정치적 이해관계에 묻혀 자영업자의 보호를 위한 개정안의 본래 취지를 벗어나는 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공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쫓겨나는 세입자들은 어떻게 권리금을 보호하여야 할지 공공사업의 경우 법에 규정된 영업보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개정안에 반영돼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서민 주거의 문제가 대두됐을 때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돼 주택임차인의 권리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과 판례가 정착돼왔다. 이제 고용불안의 경제상황에서 자영업자의 생존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상가권리금이 상가임대차보호법안으로 진입하게 된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간 음지에서 투쟁하던 권리금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이라는 날개를 달고 양지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양지로 나온 권리금이 행여 의욕만 앞세우다 따가운 햇볕에 적응하지 못해 시들지 않도록 점진적이고 세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머니투데이 [법과시장] 2014.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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