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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포기자의 납세의무 승계, 신중한 접근 필요 (2014. 11. 2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1-16 11:35
조회
1859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인해 수익자가 취득하게 되는 생명보험금은 상속인이 취득하는 상속재산이 아니라 수익자 고유의 재산이므로,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했더라도 생명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상속포기자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피상속인이 생전에 부담하는 채무를 승계받지 않는다. 상속포기자가 승계받지 않는 채무에는 조세채무도 포함된다. 이는 이미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확립된 내용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률상식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상속포기를 한 상속인이 생명보험금을 수령할 경우, 생명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신설해 피상속인의 체납세금을 보험수익자에게 부과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24조는 피상속인에게 부과된 국세 등에 대해 상속인이 상속받는 재산내에서 납세의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상속포기자를 상속인으로 보고,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신설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부모가 생전에 가입한 생명보험의 수익자를 자녀 앞으로 했을 경우 자녀가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하여 부모가 체납한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개정안은 피상속인이 상속인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해 실질적으로 재산을 상속하면서도 상속을 포기해 납세의무 승계를 회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상속재산의 개념과 상속포기의 효과에 대한 기존의 대법원의 해석 및 적용과는 다른 내용이어서 문제가 있다.

우선 상속이라는 개념은 신분상 지위의 포괄적인 승계이고, 상속인이 망인의 신분상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기 때문에 재산상속은 물론 채무도 승계하는 것이다.

반대로 상속인이 이러한 상속인의 지위를 포기하였을 경우에는 더 이상 상속인의 지위를 갖지 않게 되는 것이므로, 재산은 물론 채무도 승계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상속포기의 효과를 전제로 상속포기자는 더 이상 상속인이 아니므로, 피상속인이 체납한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민법상 상속포기로 인한 신분상 지위를 세법에서 상속인으로 간주하는 것이어서,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한 생명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하는 규정 역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하여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하는 규정에 대해 위헌여부에 대한 심판이 있었고, 이 부분은 보험금을 취득하는 자에게 상속세 등을 부과하는 것이어서 위헌을 피해갈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망인이 생전에 부담하여 체납하고 있는 국세 등을 부과하기 위하여 상속인 고유의 재산인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하고, 더 나아가 보험계약이 있었다는 우연한 사정을 이유로 상속포기자를 상속인으로 간주하는 것이어서, 상속세법과는 다른 측면에서 위헌의 소지가 높다.

보험금을 취득하는 상속인에게 보험금 자체에 대하여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보험금수익자라는 이유만으로 망인이 생전에 부담하고 있던 체납세금까지 납부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근 들어 금융자산의 상속이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상속포기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포기까지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대부분 망인이 생전에 적지 않는 민사상 부채와 체납세금을 남긴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 법률상 상속재산이 아닌 생명보험금까지도 체납세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속재산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법 이론상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생명보험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생명보험금이 있는 경우에는 망인의 체납세금까지도 부담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험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비록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민법상 상속인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게 되는 상속포기의 효과를 조세법에서 상속인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법과시장] 2014.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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