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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배우자의 법적 보호 (2013.07.08)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1-16 11:30
조회
1595
사실혼 배우자가 죽기 전과 후 차이는?

최근 결혼하는 부부 중 상당수는 결혼식 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남녀가 혼인의사를 가지고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고 있으나 법률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를 '사실혼 관계'라고 한다.

법률혼의 부부가 이혼이나 사별을 하듯 사실혼 부부 역시 살다보면 서로 헤어지거나 불의의 사고로 한 쪽 배우자가 사망할 수 있다.

사실혼은 법률적으로 혼인신고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이혼소송 절차없이 언제든지 배우자 한쪽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파기할 수 있다.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자는 상대방에게 위자료 지급할 책임이 있고 이와 별도로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된다.

다만 법률상 혼인과 달리 한 쪽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상속인에게 인정되는 재산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사실혼 관계를 정리하고 위자료와 재산 등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일 때 사실혼이 끝나는 시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사실혼 배우자 생전에 사실혼이 해소되면 상대 배우자가 이후 사망하더라도 상속인을 상대로 재판상 이혼과 같이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혼 해소 없이 배우자가 사망하게 되면 남은 상대방에게는 민법상 재산상속권은 물론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즉, 재산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한쪽 당사자의 사망으로 사실혼 관계가 끝난 경우 나머지 상대방에게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혼 보호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는 사실혼 배우자를 상속인에 포함시키지 않는 우리의 법체계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중년에 만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온 남녀가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남자가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 남자의 전처 자식들은 아버지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여자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 이에 여자는 법원에 사실혼관계 해소를 주장하면서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했으나 남자는 재판도중 숨졌다.

이 사건에서 1,2심 재판부는 남자가 죽기 전 사실혼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봤다. 즉 사실혼 해소 의사표시가 의식 없는 상태에 있는 남자에게 도달됐다고 보기 어렵고 사실혼 관계는 남자가 죽어 종료된 것으로 봤다. 앞서 언급했듯이 재산분할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실혼 해소 의사표시는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할 수 있고 반드시 상대방에게 도달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률혼의 경우 상대방이 의사능력이 없거나 3년 이상 생사가 불명한 경우에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는 것과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사실혼 당사자가 갑자기 죽었을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 판례를 비춰볼 때 남은 상대방의 재산분할청구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비록 의식이 없는 사실혼 배우자라도 사실혼 해소 의사표시가 가능하고 그에 따라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의식불명 상태의 배우자가 사실혼이 깨졌다는 중대한 신분 변화를 알 수 없어서 부당하지 않은가 하는 점도 고민하였으나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하여 적극적인 해석을 한 것이다.

우리사회의 결혼문화는 혼전동거, 사실혼 등 최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규율하는 법률은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즉각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혼인관계 및 상속분야에 있어서 사실혼 부부의 권리보호를 위한 법원의 보다 적극적인 법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위 사건과 같이 사망 직전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자만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는 점은 도덕적으로 비난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또 대부분은 사실혼 배우자가 숨질 때까지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거나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못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상속권을 인정하는 입법에 관한 적극적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법률상 혼인신고 제도를 회피하는 자까지 법이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법정책적인 문제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실혼 부부의 법적보호의 필요성 사이에서 적절한 해결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머니투데이 [법과시장] 201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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