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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남긴 빚, 아빠가 포기하면 손주가 갚아야

작성자
임성환
작성일
2015-06-10 17:01
조회
1138
할머니가 채무를 부담한 상태에서 사망하였고, 할머니 사망 후 자식들은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할아버지(배우자)가 상속인이 되는 것은 의문이 없지만, 상속을 포기한 자식들의 아이들, 즉 손주들도 상속인이 되는지에 대하여 종래 논란이 되어 왔다.
이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이 상속순위를 정리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관계
할머니 사망 당시 유족으로 배우자인 할아버지와 아들 2명
아들 2명은 법원에 상속포기 신청
손주들은 상속포기를 하지 않음
할머니의 채권자가 할아버지와 손주들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제기

법원의 판단

우선 상속순위는 1순위 직계비속, 2순위 직계존속, 3순위 형제자매, 4순위 4촌이내의 방계혈족으로 정해져 있고, 배우자는 1순위와 2순위 상속인이 있을 경우 그들과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과 존속이 없으면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
참고로 직계비속은 자식들과 손주, 증손주를 모두 포함하고 선순위 직계비속이 있으면 선순위만 상속인이 된다.

그런데 우리 민법상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사례의 경우와 같이, 직계비속(아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할아버지(배우자)와 손주들이 공동으로 상속인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손주들도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가 있을 경우 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하여 상속순위에 대한 논란을 정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위 판례에 따라 어린 손주들은 상속인이 되어 할머니가 남긴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는 것인가?
대법원은 이러한 불합리가 있음을 감안하여 손주들의 구제방법에 대하여 친절하게 안내하여 주었다.
즉, 손주들의 부모가 자신들이 상속포기를 하면 자식들(손주)에게 상속채무가 승계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손주들도 포함하여 상속포기를 하였을 것이고, 판례와 같이 손주들이 상속이 되는 것은 복잡한 상속법리를 거쳐 나오는 결론이므로, 이 판결 이전에는 손주들이 상속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판결이유를 덧붙인 것은,
민법상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고( 민법 제1019조 제1항 ),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사망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의미하지만,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서 법률상 어려운 문제가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아야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손주들이 상속인으로 되어 상속채무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을 수 밖에는 없지만, 이제야 손주들이 자신들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지금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를 하고, 상속포기를 이유로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으면 할머니의 상속채무 때문에 강제집행을 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상속법리상 손주들이 상속인이 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린 손주들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는 것에 대하여는 상속포기신청기간 3개월의 기산점을 달리 해석하여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위 판결로서 손주, 증손들도 부모들이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상속인이 되므로,
상속포기시에는 필히 자식들도 함께 상속포기신청을 하여야 법률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배우자와 함께 1,2순위 상속인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게 되면, 3순위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되고, 3순위자도 상속포기를 하면 4순위 4촌이내의 방계혈족이 상속인이 되므로, 1,2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때에는, 다음 상속인이 되는 친척들에게도 미리 알려 조속히 상속포기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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