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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매 계약금 (2014. 5. 26)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1-16 11:34
조회
1804
빈번하게 발생하는 각종 계약 중 부동산 매매계약의 경우에는 통상 매매대금과 계약금을 정한 후 계약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매매대금의 10%정도를 계약금으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계약서만 작성하고 실제 계약금이 교부되지 않았거나 계약금의 일부만을 서로 주고받았을 때에는 서로 그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어 하루만에 거래가가 폭등하거나 부동산경기가 침체되어 거래가가 폭락하는 경우에 이러한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실제 사례를 보자. 매도인은 아파트를 10억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을 1억원으로 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하려고 할 때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려고 할 때에는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기로 하는 조항을 정했다. 매수인은 계약당일 계약금의 일부인 1000만원만을 매도인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음날 지급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매도인은 다음날 더 높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매수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이미 받은 계약금의 배인 2000만원을 매도인에게 송금하고 자신의 계좌는 폐쇄한 채 계약을 해제했다. 그러자 매수인은 계약해제를 위해서는 2000만원이 아니라 1억원을 기준으로 위약금을 계산하여 지급하해야 한다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매매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으므로, 아파트 주인은 계약금의 일부만 받은 상태에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고, 계약금으로 정한 1억원을 다 받고 나서야 그 계약금액의 배액을 돌려주며 계약해제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매수인이 주장하는 위약금의 액수는 너무 많으므로, 계약금의 약30%에 해당하는 3,000만원을 위약금으로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위 사례처럼 계약금이 전액 교부되지 않으면 받은 계약금만을 돌려 주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흔히들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단 성립된 계약자체는 계약금의 전액교부와 무관하게 서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계약금이 전혀 교부되지 않은 경우에도 계약서 작성 후 약속한 날짜에 계약금을 교부했다면 매도인은 그 사이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제를 할 수 없다.

부동산 경기침체기에는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하고 더 싼 부동산을 구입하려고 할 것이나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계약금이 전액교부되지 않았다면 일방적으로 계약해제를 할 수 없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하고자 할 경우에는 매도인의 경우와 동일하게 약정된 계약금을 기준으로 한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매계약서에 계약금이 교부되기 전에는 서로 수수한 계약금을 반환 또는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을 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실 이러한 계약금 문제는 종래 우리 부동산거래시장의 잘못된 관행과도 관련이 있다. 계약금이 전액 지급되지 않았거나, 가계약만 한 경우에는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생각과 더 나아가 계약체결 후 24시간 이내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상식들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심지어 공인중개사들조차 이를 몰라 고객들에게 무리한 계약해제를 안내하는 잘못을 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계약자유의 원칙과 함께 계약준수의무는 자본주의 경제체계의 실물 거래부분을 지탱하는 중요한 원칙으로 동전의 양면과 같다. 계약당사자들은 합의에 의하여 다양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할 자유가 있는 반면, 일단 체결된 계약은 강행법규 위반, 불정공한 거래,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의 계약이 아닌 한 반드시 서로 지켜야 한다.

눈앞의 이득을 쫓아 스스로 체결한 계약에 따른 약속을 저버리는 일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야 한다) 라는 법언이 무겁게 다가오는 사례다.

머니투데이 [법과시장] 2014.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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