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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혼적 사실혼의 문제

작성자
임성환
작성일
2015-03-10 16:39
조회
2442
법률혼주의 및 중혼금지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가족법의 체계에서 중혼적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를 어떤 범위에서 보호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법률혼 배우자와의 혼인이 법률상 이혼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에도 사실혼으로서 보호할 것인가?

각종 연금법 등 사회보장적 법규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수급권을 인정하고 있고, 임대차보호법상 사실혼 배우자의 보증금반환청구권, 자동차보험약관상 사실혼배우자에 대한 규정 등이 있어, 이러한 경우 사실혼배우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가 소송상 종종 문제된다.
또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실혼이어야만 사실혼 해소시 이혼에 준하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자동보험약관상 부부한정특약과 관련한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통하여 중혼적 사실혼관계에 대하여 살펴보자.

사실관계

2001년 부부 혼인신고
혼인신고 후 얼마되지 않아 아내가 집을 나가 행방불명 됨
남편은 다른 여자를 만자 2003년경부터 동거생활을 하면서 사실상의 혼인관계를 유지해 옴
2005. 남편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였고, 부부한정특약에 가입
자동차보험특별약관에는, 기명피보험자의 배우자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 배우자를 말한다고 기재됨
아내(사실혼배우자)는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하던 교통사고를 일으킴
보험회사는 혼인신고되어 있는 아내와 혼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혼관계에 있는 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이므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무보험사고로 처리하여 부부를 상대로 구상금청구소송을 제기함

대법원의 판단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 일단 성립하는 것이고( 대법원 1995.3.28.선고 94므1584판결 , 대법원 2001.4.13.선고 2000다52943판결 등 참조),

비록 우리 법제가 일부일처주의를 채택하여 중혼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하더라도 이를 위반한 때를 혼인 무효의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단지 혼인 취소의 사유로만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 민법 제816조 )

중혼에 해당하는 혼인이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고, 이는 중혼적 사실혼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02.2.22.선고 2001도5075판결 참조).

또한 비록 중혼적 사실혼관계일지라도 법률혼 배우자와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법률상 배우자인 소외인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됨으로써 그들의 혼인은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렀고,피고들은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의 실체를 갖춘 사실혼관계에 있다는 것이므로,피고들의 사실혼관계가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계약에 의한 보험인수의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피보험당사자의 지위를 확정하는 경우에 사실혼관계에 있는 일방 당사자가 단순히 중혼적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실혼관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객관적ㆍ획일적인 보험약관의 해석원칙에 관한 법리에도 반한다고 할 것이다(원고가 중혼적 사실관계에 있는 배우자를 피보험자에서 배제하려고 하였다면 이 사건 특별약관에 별도의 규정을 두어 이를 명시하였어야 한다).

위와같이, 비록 중혼적 사실혼관계라고 하더라도, 법률혼 배우자가 행방불명되어 법률혼은 사실상의 이혼상태에 이르렀다면, 법률혼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현재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자를 사실혼 배우자에게 제외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법률혼배우자의 행방불명 외에도, 장기간 혼인관계의 실체가 없는 경우에도, 중혼적 사실혼관계는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일부일처제와 중혼금지의 원칙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사실혼은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고 법률혼의 사실상의 파탄경위와 정도, 현재 사실혼의 기간 및 혼인생활의 실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실혼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개별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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