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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자가 국내취업목적으로 한 혼인은 무효

작성자
임성환
작성일
2015-03-09 12:08
조회
2283
우리 민법 제851조 제1호에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는 혼인무효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결혼식과 혼인신고 후 동거생활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어느 일방에 혼인의사가 없었던 경우에는 혼인은 무효로 된다.

한동안 동남아 여성과 한국남자간의 국제결혼이 급증하였었다.

그런데 한국남자와 국제결혼을 한 외국여성이 혼인후 1-2달이 지난 후 집을 가출하여 사회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우 외국여성은 혼인의사 없이 한국남자와 결혼 후 한국에서 취업할 목적으로 국제결혼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부부 일방이 혼인의사 없이 다른 목적으로 결혼한 경우, 혼인무효로 볼수 있는가가 재판에서 문제되었다.

실제 사례를 보자,

2008년 한국남자는 필리핀에 가서 필리핀 여자를 만나 혼인식을 하고, 한국에 들어와 혼인신고를 하였으며, 그 후 약 1달간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다가, 필리핀 아내가 가출 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필리핀 여자는 가출 당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결혼을 했고,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라는 메모를 남겨놓았다.
이에 한국남자는 법원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안은 제2심 법원에서 혼인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대법원까지 갔는데,
대법원에서는 최종적으로 혼인무효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요지는,
원고는 피고가 국내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할수 있도록 피고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세심하게 배려해 온 점,
그런데도 피고는 입국한 지 한 달 만에 가출하여 연락을 두절해 버린 점,
피고는 가출 당시 원고에게 남긴 편지에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그러한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원고와 결혼했으며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어 원고에게 감사한다’는 취지로 자신의 속마음을 밝힌 점,
실제 피고는 가출 전에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 자격으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아 국내에서 합법적인 취업이 가능하게 되었던 점,

그리고 원고는 피고의 입국 후 한달 동안 피고의 거부로 부부관계가 없었고 피고가 필리핀인 교회에서 종교활동을 한다고하여
15일 정도는 피고와 떨어져 지냈다고 하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음에도
단지 한국에 입국하여 취업하기 위한 방편으로 혼인신고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고,
설령 피고가 한국에 입국한 후 한 달 동안 원고와 계속 혼인생활을 해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진정한 혼인의사 없이 위와 같은 다른 목적의 달성을 위해 일시적으로 혼인생활의 외관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보일 뿐이다.
따라서 원·피고 사이에는 혼인의사의 합치가 없어 그 혼인은 민법 제815조제1호에 따라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위와같이 혼인이 유효하기 위하여는 부부 쌍방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데, 필리핀 여자는 단지 한국에서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남자와 형식상의 혼인절차를 거친 것 뿐이므로, 그 혼인은 무효라는 것이다.

다만, 혼인의사는 내심의 의사이고, 혼인당시의 의사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그 판단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위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혼인 후 단기간내 가출 및 취업, 부부관계가 없었던 점 등을 감안하여 혼인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아 혼인무효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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